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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는 보통 패밀리카로서 많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핸들링이나 주행성능은 저조하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랑트의 경우 쿠페형 라인과 낮은 차체, 그란콜레오스보다 한층 날카로워진 주행 감각까지 이 차가 국산 브랜드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기존의 관념을 부수는 그런 차량입니다.

도로 위에서 눈길을 잡아끈 디자인
운전하다 보면 가끔씩 시선이 가는 차들이 있습니다. 필랑트가 딱 그랬습니다. 제가 처음 도로에서 마주쳤을 때, 일반적인 SUV의 박스형 실루엣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A필러부터 트렁크까지 날카롭게 흘러내리는 쿠페 스타일 라인이 SUV치고 꽤 이질적인 느낌을 줬는데, 저는 그 낯섦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필랑트는 르노의 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모델로, 플래그십 크로스오버를 지향합니다. 전면부에는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에 조명이 들어오고,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과 풀 LED 헤드램프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범퍼 하단의 주간 주행등 디자인도 독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측면은 헤드램프가 펜더까지 이어지는 구성이고, 전면 펜더 위에는 알핀 로고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20인치 휠은 그란콜레오스보다 확실히 더 스포티하게 보였고, 도어 마감에는 무광과 유광을 교차해서 사용해 나무 질감까지 표현했습니다. 이 정도 디자인이라면 젊은 층이 선호하는게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SUV가 이렇게 핸들링이 좋아도 되나
일반적으로 SUV는 핸들링보다 승차감이나 적재 공간을 우선시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필랑트는 코너를 돌 때 차량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롤링하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스티어링 휠 조작에 선형적으로 반응하는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여기서 선형적 반응이란, 운전자가 핸들을 꺾는 각도와 속도에 비례해 차량의 거동이 동일하게 따라오는 특성을 말합니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없이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정확하게 추적하는 것이죠. 이런 선형적 반응이 가장 부각되는 차량이 스포츠카나 펀카인데 SUV가 이런 재미를 주는 부분이 필랑트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이었습니다.
ESC의 개입도 세련되게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ESC는 급격한 코너링이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량 자세를 자동으로 교정해 주는 안전 시스템입니다. 그란콜레오스도 이미 국내 SUV 중 상위권 핸들링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필랑트는 한번 더 나아가 미세한 컨트롤까지 가능하게 해줘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시스템 출력은 약 250마력으로, 1.5L 터보 직분사 엔진과 100kW급 구동 모터가 조합됩니다. 고속 주행에서도 프론트 축이 차체를 눌러주는 듯한 안정감과 우수한 직진성이 유지되었고, 스티어링 조향 반응도 빠른 편이었습니다. 타이어 평가 목적으로 쓸 수 있을 만큼 기본 섀시 밸런스가 탄탄하다는 호평도 자자합니다.

승차감, 단단하다는 말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승차감이 단단하다고 하면 보통 불편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필랑트를 경험해보니 단단함과 불편함은 한끗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속에서는 그란콜레오스보다 약간 더 단단한 느낌이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값싼 차들이 내는 공명음이 아니라,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묵직하게 흡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도로가 깨진 구간에서도 차체가 흔들리기보다는 서스펜션이 그 에너지를 제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과속방지턱에서 리어 서스펜션의 처리 능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론트가 턱에 올라설 때는 약간 단단한 입력이 느껴지지만, 리어가 넘어갈 때는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이 부분은 고급 차량에서 느끼는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속에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스티어링 조작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균형은, 하드한 서스펜션 세팅의 차들이 보통 포기하는 영역인데 필랑트는 둘 다 잡으려는 시도가 보였습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연계되는 이테크 변속기도 승차감에 영향을 줍니다. 시속 40km 미만 도심 구간에서 70% 이상을 EV 모드로 주행하는 덕분에, 정체 구간에서의 정숙성과 연비 체감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필랑트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결국 가격이었습니다. 경쟁 차종인 현대 산타페, 기아 쏘렌토보다 시작 가격이 높다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출고 가격으로 비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국산 중형 SUV들은 보통 원하는 사양을 갖추려면 기본 가격에서 10~15% 정도의 옵션 비용이 추가됩니다. 반면 필랑트는 가장 낮은 트림인 테크노 트림부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증강 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보스 10스피커 사운드 시스템, 조수석 12.3인치 디스플레이 등이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티맵 내비게이션과 AI 음성 어시스턴트, 안드로이드 오토·카플레이 유무선 연결도 기본 사양에 포함됩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옵션 구성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입니다. 시작 가격이 아닌 실제 타는 가격으로 따지면 필랑트의 가격은 생각보다 합리적입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엔진의 출력입니다. 현재 시스템 출력 250마력도 나쁘지는 않지만, 2L급에 270~280마력 정도의 출력과 4륜 구동 옵션이 더해진다면 필랑트는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연비는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요?
A. 공인 연비보다 도심 정체 구간에서의 체감 연비가 더 좋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시속 40km 미만 구간에서 70% 이상을 EV 모드로 주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출퇴근 정체 구간에서 연비 효율이 두드러집니다. 고속 주행 위주라면 체감 차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필랑트 승차감이 단단하다는데 장거리 운전에도 괜찮나요?
A. 일반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은 장거리에서 피로감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필랑트는 조금 다릅니다. 리어 서스펜션의 노면 처리 능력이 뛰어나 불쾌한 충격은 적고, 뒷좌석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어 장거리 피로감 자체는 크지 않은 편입니다.
결론
직접 경험을 하고나서 보니 필랑트는 디자인과 핸들링, 기본 사양 면에서 분명히 잘 만든 차입니다. 다만 출력과 4륜 구동 부재, 그리고 높은 시작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벽도 존재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출고가를 감안하면 준수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운전하는 질감이 중요하며, 쿠페형 디자인이 취향이고, 실출고 가격으로 비교해볼 의향이 있으신 분이라면 필랑트는 아주 매력적인 차입니다. 이런 차들이 국내 시장에 많아질수록 전반적인 차량의 완성도가 올라갈 것입니다.